[삼보사찰 천리순례 4일차] 지리산 가거든…자승스님 발원 “복 짓는 기도 합시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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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은사 작성일21-10-07 13:14 조회1,98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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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나투신다는 지리산. 넉넉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지리산은 그 유명세와 무관하게 한결 같이 중생을 품어 왔다. 본래 지혜 지(智), 다를 이(異)를 쓰지만 문수보살의 다른 이름인 ‘대지문수사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에서 지(智)와 리(利)를 따 지리산(智利山)으로 불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백두산에서 이어진 줄기가 전북, 전남, 경북 23개 시도에 걸쳐 장대하게 솟아있고 섬진강과 엄천강, 경호강을 보듬고 있는 거대한 이 산은 인도 연기조사가 백제 때(544년) 화엄사를 건립, 화엄사상을 전파한 이후로 수많은 사찰과 수행자가 머무는 곳이 돼 왔다.
삼보사찰 천리순례 4일차. 송광사를 시작으로 지난 3일 간 약 72km를 걸어온 천리순례단이 지리산 시암재를 향했다. 화엄사에서 천은사, 천은사에서 시암재로 오르막이 계속되는 만큼 오후의 뙤약볕 아래 걷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날만큼은 출발 일정을 앞당겼다. 2시30분 새벽 예불을 마친 순례단은 화엄사 불이문을 떠나 천은사로 향했다.
천은사는 화엄사 말사로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힌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수많은 사찰 가운데서도 밝고 따뜻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다 지리산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절 옆으로 펼쳐지면서 절경을 이룬다. 우람한 봉우리가 가람을 둘러싸고 있는 형세로 일주문을 지나 운치 가득한 수홍문을 건너면 지리산의 빼어난 산수와 함께 부처님을 향한 경건한 마음이 절로 스며드는 곳이다.
이번 삼보사찰 천리순례 취지에 따라 순례단은 바쁜 일정에도 천은사 참배를 빼놓지 않았다. 상월선원 결사 회주 자승스님도 이날만큼은 적극적으로 불전함에 보시를 하고 앞장서 소원지를 썼다. 수홍문을 지나 극락보전 앞에 선 자승스님은 순례단과 함께 반야심경을 외고 “복 짓는 기도 합시다”하고 불전을 놓았다.
경내 팔상전 앞 복돼지바위(소원바위) 위에 조성된 포대화상에는 직접 소원지를 써 매달았다. 소원지에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108천리순례 원만성취 발원’이라고 썼다. 뒤이어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성우스님이 ‘세계 5위 대학 동국대학교 발원’이라고 적었다. 자승스님과 성우스님 뒤를 따라 순례 참가자들도 잇달아 불전함에 보시하고 소원지를 적었다.
순례단을 위해 정성껏 아침 공양을 준비했던 천은사 주지 대진스님은 촉박한 일정으로 순례단이 공양을 건너뛰자 아쉬움이 가득했다. 대진스님은 순례 입재부터 회향까지 교통 및 안전을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대진스님은 “천리순례단의 뜻 깊은 발걸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며 “여러분의 공덕으로 천은사가 더 발전하고 종단 중심 도량으로 역할을 할 수 있길 기원하며 어머니 품 같은 지리산의 넉넉함 속에서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끼고 가시길 바란다”고 했다.
천은사에서 시암재로 오르는 길은 엄두가 안 날 만큼 까마득했다. 회향지로 지정된 시암재 휴게소까지는 약12km로 평지와 달리 심한 급경사와 굽잇길이 반복되는 곳이다. 이번 순례 난코스로 꼽히는 구간. 순례단 눈 앞에 시암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였지만 굽이굽이 가파른 길을 돌고 나면 또 다시 오르막이 반복됐다.
중간 휴식 지점을 지나 한참을 오르던 순례단은 예정보다 한차례 더 휴식 시간을 가지며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힘들 때마다 서로 “화이팅”을 외치며 힘을 북돋는 순례단 속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했던 주윤식 중앙신도회장은 “보통 신심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했다.
천리순례단은 이날 시암재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6일차인 10월5일 고도 1079m에 이르는 성삼재까지 26km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