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보전 신중탱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천은사 댓글 0건 조회 1,486회 작성일 18-04-27 11:42본문
극락보전의 왼쪽에 신중탱화의 일종인 제석천룡도가 봉안되어 있으며 크기는 세로 165㎝, 가로119㎝이다. 그림의 내용은 화엄신중(華嚴神衆)과 천룡(天龍)을 비단 바탕에 그렸는데, 화기에 따르면 1833년(순조33) 5월에 지리산 칠불사(七佛寺)에서 천여(天如), 정상(定相), 우찬(禹贊), 익찬(益贊) 금어스님등이 조성하여 천은사 대법당에 봉안한 것이다.
일찍이 고려시대에는 화엄신중과 천룡을 신앙하는 불교 의례가 성행하여 국가에서 개설된 각종의 도량 가운데 화엄신중도량도 몇 차례 있었다. 이어서 조선시대에서는 각종의 밀교 사상이 불교의식에 혼한되면서 불화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고, 그것이 신중탱화로 다수 조성되었다. 바로 이 제석천룡도가 그 같은 신중탱화의 하나이다.
극락전 향좌측에 봉안된 신중탱화는 도광십삼(1833)년의 불화기를 지니고 있다. 이 탱화는 화면이 상하 이단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단은 범천, 제석천 등 보살의 모습을 한 천중과 천왕들이 배열되어 있다. 화려한 보관을 쓴 천중들은 초록색 두광을 지니고 있다. 화면의 하단은 날개달린 투구에 갑옷을 입은 위태천왕을 중심으로 무서운 얼굴을 한 신장들이 자리잡고있다. 대체로 붉은 천의와 장식물, 초록색 두광과 옷자락 등이 강렬하게 대치되어 있고, 상단부에 위치한 천신들의 흘러내린 머리카락과 구름사이로 드러난 하늘에 검정색을 칠하여 전체적인 느낌을 탁하게 하고 있다.
구도를 살펴보면 화면을 크게 상하로 나누어 윗부분에는 화엄신중과 천녀상을, 아랫부분에는 위태천(韋汰天)을 호위하는 팔부신장을 배치하였다. 색깔은 주로 짚은 녹색과 적색을 사용하고 부분적으로 흑색과 황색이 곁들여졌으나 각가의 인물들의 얼굴을 하얗게 처리하여 채색의 조화는 부족한 편이다. 더욱이 세부 묘사를 생략하고 굵은 선으로 마감하고 있는등 대체로 미학적 아름다움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우리 나라의 19세기 불화가 지닌 특성을 그대로 지녀 불화의 수준이 차츰 하락하는 모습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대개 이 시대의 불화는 가람의 장엄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그저 의식용으로 조성되면서 작품성이 낮아지게 된다. 이렇듯 이 천은사의 제석천룡도는 비록 작품 자체는 썩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19세기 초 신중탱화 작품 가운데 하나로서, 조선 후기의 신앙 의례와 사상을 엿보게 하는 중요한 불화이다
이 불화는 하단에 붉은색 장방형 불화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 불화기 밑으로 흰색바탕에 쓰여진 또다른 불화기가 남겨져 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글자는 지전두민(持殿斗民), 대윤(大閏), 시주지(時住持) 영준(永俊), 전○질(前○秩), 등인데, 이것은 이 불화가 1833년 이전의 작품이었고 1833년에 보수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불화의 보살상 얼굴이나 천시들의 모습은 1776년의 아마타후불탱화나 삼장정화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고, 검정색으로 칠해진 부분과 하단부 바탕의 올리브색 등은 후에 덧칠한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그 이전에 그려진 불화를 1833년에 보수하고 하단의 붉은색 불화기를 다시 써 넣은 것으로 생각된다. 하단의 불화기는 다음과 같다.
도광십삼년계사오월일경조신중정우칠불사봉안우천은사대법당
(道光十三年癸巳五月日敬造神衆幀于七佛寺奉安于泉隱寺大法堂)
증명퇴은대선사봉의(證明退隱大禪師鳳儀)
별좌 정륜(別座 晶倫)
금어 금암 익찬(金魚 錦庵 益贊)
편수 천여 원담 내원 정○ 우찬(片手 天如 圓潭 乃元 定○ 禹贊)
독변대시주 혁봉당대○(獨辨大施主 革峯堂大○)
대선사성홍 도욱 영종 문정(大禪師聖洪 道旭 永宗 文定)